KBS2 드라마 <골든크로스>의 시청률은 8%. 수목드라마 순위에서 꼴지를 기록하고 있다. 차승원, 이승기 주연의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는 멀찌감치 앞서 나가면서 1위를 달리고 있고, 그 뒤를 김명민, 이민영 주연의 MBC <개과천선>이 쫓고 있다. 2위와 3위의 간격이 0.1%의 시청률에 불과하지만, 여하튼 <골든크로스>의 성적표는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적은 시청자들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며, 관심을 덜 갖게 되는 드라마라는 뜻이다. 아무리 훌륭한 연출에 재미있는 이야기, 배우들의 열연이 펼쳐진다 할지라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는 힘들다는 거다. 물론 뛰어난 작품이라면 시청률이 오르고 인기를 얻는 것이 당연할 테지만, 요즘 드라마 판도가 반드시 이러한 룰을 따른다고 볼 수는 없다.

<골든크로스>에서 강도윤(김강우 분)의 복수극은 꽤나 눈물겹다. 한순간에 여동생과 아버지를 잃은 한 검사가 가족을 몰살시킨 배후를 추격하여 그들에게 은밀하고 맹렬한 공격을 해 나가려는 과정이 긴장감 넘치게 펼쳐지고 있다. 한 남자의 단순한 복수극이라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이를 그려내는 김강우의 남다른 연기가 지겹고 식상한 틀을 부숴버리려 하고 있는 듯하다.

어제 방송된 <골든크로스> 10회 마지막 장면에서 흘린 강도윤의 눈물은 핏빛 복수의 서막을 의미했다. 가족의 목숨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자가 서이레(이시영 분)의 아버지 서동하(정보석 분)라는 사실을 강도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서이레에게 악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아버지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줄곧 날카롭게 갈고 있는 그다.

서이레는 강도윤에게 자신에게 접근한 이유가 서동하 때문이었냐고 묻는다. 관심을 보인 것도, 사랑한다는 말도 복수를 위한 미끼였다는 생각에 서이레는 서러워진다. 이 말을 들은 강도윤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자신도 처음엔 서동하를 의심했지만 당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그 의심을 접었다고, 그 이유 하나가 모든 의심을 내려놓게 했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말이다.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서이레의 사과에 강도윤은 그녀를 안는다. 같이 눈물을 흘리지만 강도윤의 눈물은 사랑이 아닌 응징의 다짐으로 인함이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고 용서해서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른 서동하다. 설사 서이레를 사랑하게 된다고 해도,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뜨거운 복수심은 절대로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김강우의 연기에 안정감이 살아나고 있다. 우격다짐의 복수가 아닌 원한에 서서히 다가가는 행보를 밀도 있게 그려나가고 있는 그다. 액션은 액션대로 섬세한 감정은 또 섬세한 표정연기로 잘 풀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연기 성장기를 바라봐주는 이들이 그리 많지가 않다. 운이 좋지 않은 건지, 뭔가가 여전히 부족한 탓인 건지 이번에도 김강우는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한 상황에 놓였다.

<골든크로스>에서 아까운 연기를 보이고 있는 이들은 김강우뿐만이 아니다. 조연 자리에 있는 배우들의 연기도 작품을 빛나게 한다. 정보석의 악역은 두 말할 나위 없이 뛰어나고 훌륭하다. 그의 존재감이 주연 배우들보다도 묵직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리고 또 다른 조연 배우들로 등장하는 엄기준과 한은정. 이들이 발산해내고 있는 에너지 역시 강렬한 점화력을 뿜어내고 있다.

마이클 장(엄기준 분)의 표정은 언제나 여유롭다. 대부분 미소를 띠고 있지만 그 속에 숨겨진 의미는 너무도 다양하고 복잡하다. 야욕일 수도 있고, 음모일 수도 있으며, 혹은 사랑일 수도 있다. 속을 알 수 없는 마이클 장을 엄기준은 무척이나 능글맞게 연기하고 있다. 이는 엄기준이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선사하는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그를 더욱 높이 평가하고 싶은 것은 최근 주연 자리를 꿰차 자신의 포지션을 업그레이드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조연의 자리로 돌아가는 행보를 보였다는 점이다. 더욱이 현재 <골든크로스>에서 그가 맡은 분량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은 눈치다. 그럼에도 마이클 장이 작품에 어떤 파괴력을 행사할지 궁금해지는 걸 보면, 엄기준이라는 배우가 작품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한은정의 매력은 주연 배우 이시영보다 섬세하고 치명적이다. 홍사라(한은정 분)라는 인물도 속을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서동하의 장인을 16년 동안 모시고 있는 비서이기도 하지만, 마이클 장 밑에서 그의 일을 돕고 있는 자이기도 하다. 이중적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이중적 마스크를 지닌 여자. 거기에 그녀의 마음속에도 복수심이라는 것이 끊임없이 들끓고 있다.

호랑이를 잡고자 직접 호랑이 굴에 들어간 홍사라다. 그녀의 속셈을 조금씩 알아차린 서동하는 급기야 그녀의 뺨을 갈긴다. 홍사라의 눈매가 순식간에 시퍼래진다. 그러다가도 다시 차분히 마음을 정돈하는 그녀다. 그래서 그녀가 무섭고 위험해 보인다. 한은정은 이런 변화무쌍한 감정선을 상당히 노련하고 익숙하게 표현해낸다. ‘언제부터 그녀의 연기가 이렇게 간결명료해졌지?’라고 자문을 할 정도다.

주연배우 김강우, 이시영의 기본기, 정보석의 든든한 뒷받침, 거기에 엄기준, 한은정의 조연의 품격이 어우러져 멋진 하모니를 이루고 있는 <골든크로스>다. 이대로라면 시청률 경쟁에서 역전도 가능할지 싶다. 이대로 묻히기에는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아깝기만 하니까. 아까울 정도의 연기라면 언젠가는 판도를 뒤집게 되는 상황을 연출하고 말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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