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오영훈 제주지사와 도청 공무원들이 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인들을 로비에서 환영하고 있는 모습 ⓒ KBS제주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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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9시 30분 제주도청에서는 오영훈 제주지사와 22대 국회의원 제주지역 김한규·문대림·위성곤 당선인들의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간담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도청 로비에는 오 지사와 공무원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당선인들이 올 때마다 박수를 치고 꽃다발을 건넸습니다. 당선인들은 계단과 복도에서 박수를 치는 공무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활짝 웃었습니다.

당선인들도 이런 환영이 낯설었나 봅니다. 3선에 성공한 위성곤 의원은 “제가 (당선) 세 번째인데 이런 경험 처음이다. 처음, 두 번째는 왜 안 했지 생각이 들더라. 민주당 도지사가 되니 국회의원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구나 (싶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위 의원이 말한 첫 번째, 두 번째는 각각 무소속 우근민, 새누리당 소속 원희룡 지사 시절이었습니다.

KBS제주에 따르면, 간담회 20분전 환영식 참여 독려가 직원들에게 긴급 공지됐습니다. 제주도청 내부망 공지에는 “당선인에 대한 환영 분위기 조성을 위하여 9시 15분까지 본관 로비로 참석하여 축하의 박수를 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여기에는 1청사 본관 및 별관 근무 직원까지 포함됐습니다.

제주도청 공무원들은 “일하고 있는 근무 시간에 왜 불러내느냐”, “청사 로비 내 당선인 환영은 공무원 정치적 중립에 맞지 않다”라는 등의 불만을 털어놓았습니다.

제주도청은 ‘긴급 공지’ 사실은 인정했지만 “당선인들과의 협력이 중요해 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정당보다 ‘괸당’?
큰사진보기 ▲ 오영훈 제주지사와 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선인들, (좌)문대림 제주시갑 당선인, 위성곤 서귀포시 당선인, 오영훈 제주지사, 김한규 제주시을 당선인 ⓒ 제주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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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지사와 문대림·위성곤 당선인은 제주대총학생회에서 활동한 운동권 선후배입니다.오 지사와 위 당선인은 제주대 총학생회장, 문대림 당선인은 제주대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을 역임했습니다.

이들은 학교를 졸업한뒤 학생운동 경력을 바탕으로 제주에서 정치를 시작합니다.오 지사와 문대림·위성곤 당선인은 2006년 제8대 제주도의회에 나란히 입성했습니다. 문대림 당선인은 제9대 도의회 의장을 맡았고, 당시 오 지사는 의회운영위원장이었습니다. 위성곤 의원과 오영훈 지사는 6년간 국회에서 함께 제주지역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제주는 정당보다 ‘괸당’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정치적 성향보다는 인맥과 혈연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척박한 제주만이 가지게 된 독특한 문화입니다. 이런 괸당 문화 때문에 오 지사가 당선인들을 축하해 준 것 아니냐는 말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육지와 떨어진 섬인 제주도정이 국회 입법 로비를 하려면 제주지역 국회의원의 도움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며 지역적 한계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오 지사는 당선인과의 간담회에서2025 APEC 정상회의 유치와 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주민투표 등 제주도가 당면한 과제에 대한 국회 차원의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도민들 사이에선 오영훈 제주지사가 당선인들과의 인연과 국회 협조를 위해 로비까지 나가 축하를 해줄 수도 있다는 반응도 있습니다.다만, 근무 시간에 공무원들에게 긴급공지까지 보낸 것은 과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