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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주식/주식ai : 조선일보의 '이태원 참사'에 대한 모독이 끝을 모른다.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내는 데는소극적인 것을 넘어사고의 원인을 호도하면서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가리는 일을 가로막는 보도들을 내보내온 이 신문의 이태원 모독이 18일 아침 신문에서 또 다시 되풀이됐다. 이날1,2면에 실린 <이태원 골목마다 또다시 술판> <참사 골목 술집, 밤새 소음 기준치 넘는 음악>이라는 기사는 심야의 이태원골목이 취객들로 ‘난장판’이었다면서 이를 1년 전 사고의 교훈을 잊어버린 무분별한 행태인 듯 몰고 갔다. 1년 전의 참사도 '주폭 청년들'과 같은 무질서와 방종이 그 원인이었다는 왜곡된 결론을 제시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이 신문은 이태원동의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입구에서 20대 남성이 만취한 채 거리를 돌아다니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거나 행인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주폭’ 행위로 지적한다. 과음 주폭과 함께 클럽·술집의 '소음' 문제도 참사의 원인으로 슬쩍 얹어놓는다. 주점과 클럽이 틀어놓은 음악 소리를 거론하면서 “작년 핼러윈 참사 당시에 이 음악 소리 때문에 참사 현장 인근의 행인들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최소한의 경비 인력조차 배치하지 않아 빚어진 참사의 원인을 음주와 소음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이태원 참사'가 아니라 ‘핼러윈 참사’라는 명명을 기어코 고수하는 것도 지난 1년 동안 보여왔던 지금까지의 조선일보의 태도 그대로다.

이 신문은 '이태원술판'에 대한 기사 바로 밑에 한국민의 음주 실태까지 들고 나오면서 술을 자주 많이 마시는 ‘고위험 음주율’이 12%에 이른다고 해 핼러윈 젊은이들의 문제를 전 국민의 잘못된 과음문제로 연결짓고 있다.

조선일보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같은 사고 원인 호도 및 희생자 모독 보도는 지난 1년간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여러 언론매체에서 참사 특집기사들을 게재했을 때 조선일보가 내보낸 1주기 특집 시리즈는 <핼러윈 참사 1년 바뀐 게 없다>라는 제목 아래 '여전히 안 지키는 기초질서'를 문제 삼는 것이었다.이 기사는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과도한 밀집문화와 인파 관리 부실 등 안전질서 문제에 있었던 것으로 규정하고는 "우측통행만 제대로 지켜졌더라면 참사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개탄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29일 참사 직후 이 신문이 며칠간의 지면에서 '인파관리 매뉴얼'을 만들자며 마치 인파 관리 규정이 없어서 참사가 발생한 것처럼 논조를 전개했던 것에서 벗어난 게 없다.

18일 아침의 '이태원 술판' 보도는 작년 이전의 수년간 비슷한 인파가 몰렸지만 별 사고 없이 치러졌던 축제 행사였는데도 참사 발생 원인을 인파 관리에 관한 매뉴얼이 없었던 것에서 찾고, 시민들의 기초질서 의식 부족 때문이라며 시민들'을 꾸짖어 온 조선일보가 다시 한 번 이태원 참사를 끄집어내며 훈계와 '계도'를 늘어놓은 것이다.

조선일보의 이 같은 이태원 보도는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이태원 참사를 ‘활용’하는 것으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덧씌우고 굳히려는 일관된 시도로 읽힌다. 별 관련이 없는 일에 이태원 참사를 하나의 '소재'로 끌어들여 무자비하게 소비하는 행태이다. 이태원 참사를 악의적 소모적으로 악용한다는 점에서는 '착취'적인 보도라고 할 만하며, 집요하게 달라붙어 괴롭힌다는 점에서는 사람에 대한 것으로 비유하자면 '스토킹'적인 보도라고 할 만하다.

위의 18일자 기사는 '이태원 상권'의 회복을 거론하면서 "핼러윈 참사 이후 80%가량 회복된 것으로 평가되지만 이태원 골목 자체가 ‘술판’으로 변해버리는 양상은 과거보다 심해졌고 다양성이 있었던 이태원 골목이 클럽과 술집으로 대부분 채워져 ‘이태원 부활’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에 대한 조선일보의 착취적이며 스토킹적인 보도야말로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찾고 문제점을 개선함으로써 이뤄질 수 있는 이태원 거리의 부활을 막고 있는 장벽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가 지적하고 있는 '만취'와 '주폭'에서 먼저 깨어나야 할 곳, '소음'을 먼저 꺼야 할 곳은 바로 조선일보 그 자신일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