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XX년 모월 모일. 기자는 파격적인 언론정책으로 지구상의 관심을 모아온 어느 나라를 찾았다. 각국에서는 이 나라의 언론정책을 두고 정말 까놓고 투명한 것인지, 막나가는 짓인지 격론이 일고 있었다. 기자는 이 나라의 ‘기관매체관계부’ 담당자를 전격 인터뷰했다. 질문엔 얼마든지 답하겠다는 점을 전제로, 자신과 나라 이름만 이니셜로 처리해달라는 이 담당자의 요청을 수용했다. 해서, 이 나라의 명칭은 CJD-KM 정도로 밝혀둔다.

– 인터뷰에 응해준 점 감사드린다. 먼저 ‘기관매체관계부’에 대한 설명부터 해 달라. 언론관계를 전담하는 부처로 이해하면 되겠나?

“아니, 우리 정부는 투명하게 한다. 말 그대로 기관매체와 ‘관계하는’ 부처다.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이들과 관계한다.”

–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다소 적나라해서 19금 내용이 될 거 같다. 당신 나라 독자들이 읽기 힘들 게다. 무난한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언론’이라고 하는 아주 소수의 매체와 절대 다수의 기관지들이 있다.”

– 절대 다수의 기관지? 왜 그렇지?

“과거에 언론이랍시고 실제로는 정치집단의 기관지 노릇을 하는 경향이 만연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와 ‘당시 언론’이 대타협을 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서로 같은 처지인데 번거롭게 무슨 무슨 언론, 정당 구분하지 말자는 것이다. 대놓고 밀어준다고 표방하고 서로 대놓고 거래하자, 그게 투명하고 깨끗한 거다, 여기에 대한 진일보한 인식의 교합(交合)을 이루었다.”

– 성과가 있던가?

“물론이지. 뭣보다 서로 낯부끄럽지 않아 좋다. 예전엔 정론지니, 불편부당이니 하면서 실제론 다 빨아주지 않았나. 참고로 ‘빨아주다’란 말은 우리 부처의 전문용어이자 정책 대상자와 이루어지는 실제 행위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피차간에 없는 거 뻔히 아는데 무슨 ‘비밀합의’가 있다고 슬쩍 흘려주면 받아서 대서특필하고 이런 거 사실 낯간지럽단 말이지. 그럼 당에서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정색하고 기자는 ‘믿을 수 있는, 허나 공개할 수 없는’ 취재원이라 그러고 한바탕 몰아붙이고 이런 일도 하루 이틀이어야지.”

– 그래서 대놓고 한다?

“그렇지. 그래서 아예 정당의 기관지로 등록하도록 한 거다. 괜히 언론이라는 허울 앞세우지 말고 당당하게 밀어주고 거래하잔 말이지. 출입자들한테 성과급, 격려금도 주고.”

– 출입자? 출입기자? 어떻게 그런 일이.

“어허. 모르긴 몰라도 당신네 나라에서는 그런 일이 아예 없다고 자신할 수 있나? OO캠프 기자들, OO그룹, 이런 거?”

– 으음, 글쎄. 질문은 내가 한다. 설명이나 계속하시지.

“하하. 그러지, 그럼. 그래서 관련법 같은 것도 제·개정의 활로를 확 열어 놨다. 집권당에서 해당 기관지와 협의해 법 규정이 필요한 사항은 맘대로 고치던지 새로 만들던지. 예를 들어 기관지가 정말 기운차게 밀어줬다? 그럼 법 개정해서 방송도 막 주고 하는 거다. 대놓고 선언하고 그랬는데 켕길 게 없는 거지.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잖나.”

– 어디서 들어본 얘기 같기도 하다. 그래서 법도 많이 바꾸었나?

“또 하나 예를 들자. 과거 ‘언론 시절’에는 선거 때마다 고민했다. 기관지 등록 여부를 놓고. 그래서 앞서 얘기한 대타협과 함께 선거 때 특정 후보나 특정 정당 지지 공표를 아예 법으로 의무화했다. 언론입네 하는 쓸데없는 격식 확 털어버린 거지. 처음엔 ‘이래도 되나’ 머뭇거리는 거 같더니 이내 편안해하더라. 기사·사설로 실컷 밀어주면서 언론의 공공·공영성을 내세우던 시절에 대한 고백과 자성도 엄청나게 쏟아졌었다. 정말, 진정한 자유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 방송도 그런가? 기관방송으로 바뀌었나?

“대단했다. 그 과정은 이 인터뷰에서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드라마틱하고 다이내믹했다. 정부도 방송에 대해서는 좀 고심하던 때였는데 희대의 인물이 나타나 기관방송체제를 주도했다. 그런 ‘투 더 코어(to the core) 기관방송인’은 아무 때나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그분의 뜻을 기리는 차원에서 우리 부처는 방송관계 담당을 ‘재철본부’라고 명명해왔다. 고유명사다.”

– 정부와 언론, 아니 기관지, 기관방송 관계는 좋을지 모르겠는데 이에 대한 여론이나 평가는 어떠한가?

“뭐? 음. 개인적으로도 그런 부분이 궁금할 때도 있는데 따로 접할 방도는 없다.”

– 그래도 남아있는 기자가 있을 거 아닌가.

“뭐? 기, 뭐?”

– 니들 뭐한 거니?

“갑자기 반말은. 이봐, 당신 나라 상황도 한번 생각해봐 그럼. 팩트나 진실이 정치공세에 묻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잖은가. 그런 거하고 차라리 거짓과 정치공세가 팩트처럼 난무하는 것하고, 무엇이 나은데? 그거나 그거나 아닌가. 우린 차라리 솔직하잖아.”

– 그렇게 생각하나. 끝으로 여론이나 평가, 이거나 다시 묻자.

“처음 대타협이 이루어지고 기관지 등록 시작하고 관계부를 창설할 때 우리는 ‘일단 해보고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고 했다.”

– 그래서 지금은?

“눈치 챘겠지만 지금 뭐 기자가 있나, 언론이 있나, 여론이 있나, 공론이 있나. 또 역사에 맡기자고 해야지. 역사가 알아서 평가할 거다.”